바보산행기(15-19)
지난 주말, 오랜만에 산행을 했다.
주 중에는 퇴근 후 저녁 먹고 7~8킬로 워킹을 하는 것이 일상이다.
아파트 후문을 빠져나와 저수지로 이어진 길을 걸어가는 데 어느 집 대문 앞에 그릇이 잔뜩 있고 가져가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솔깃하다.
시골집을 갖춰가는 데 식기류가 많이 부족하던 차다.
운동하고 돌아오면서 가져왔다.
다음날에도 또 그릇이 놓여져 있다.
집안 정리를 하는가 보다.
이 걸 주말에 차에 싣고 고향으로 향했다.
보기는 깨끗하고 라벨이 아직도 있는 것이 있지만 사연을 알 수 없다.
들통에 넣고 물 넣어 끓여서 소독을 했다.
닦아서 정리하니 다기셑트도 있고~~~~~~~~~~~
접시와 사발, 잔류가 여럿이다.
생산지도 각각이다.
국산,중국산,대만산, 아랍산, 영국산,일본산~~~~~~~~~~~~
그릇을 정리하고 산으로 향했다.
해마다 하는 머루랑다래랑 산악회 천렵행사가 다음 달 초에 약속돼 있고,
뒤풀이를 시골집에서 하기로했으니 은근히 신경 쓰인다.
'뭘 준비해야 하나??????'
밥은 밥솥 있고~~~~
국거리는???????
여기서 막힌다.
'그려 산으로 가서 느타리를 취해 오면 좋겠구먼~~~~~~~~~'
산길에 고비가 푸른 잎으로 존재를 드러낸다.
늘 가던 코스로 이동해 산을 넘었다.
우리네 동네는 느타리가 붙는 곳이 개가죽나무 고사목에 잘 붙는다.
머릿속에 저장돼 있는 데이터를 동원해서 가죽나무가 많이 자라는 곳으로 직행했다.
역시!
쓰러진 가죽나무에 느타리가 붙었다.
좀 작기는 해도 벌레집 없이 아주 깨끗하다.
유생도 보이고~~~~~~
큼직한 것도 있다.
한 나무에서 양파망 절반 정도 찬다.
개화장장을 만든다고 온 동네가 시끄러운 공사장을 찾았다.
마무리 단계로 운동장보다 더 큰 마당을 만들었고~~~~~~~
말은 개간허가를 냈다고 하는 데 ~~~~~
눈 가리고 아웅이다.
누가 이런 급경사지에 수개월씩 장비를 투입해서 개간을 하는가???????
개간하고 5년이 경과하면 형질변경이 가능하니 그 걸 보고 하는 것이다.
개는 도시 놈들이 키우고 뒷처리는 엄한 시골동네서 해서 피해는 모두 시골 사람들이 보고~~~~
개 끄슬리는 냄새와 연기 분진등 유해물질~~~~~~~~~~~
가뜩이나 온갖 도로에 매연이 가득한 동네에~~~~~~~~~~~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깎아지른 경사면을 차광막으로 가림을 해놨다.
비가 많이 오면 아래로 쓸려 내려가 집과 도로가 위험하다.
토요일인 데도 장비가 투입돼 작업이 한창이다.
산을 하나 넘었다.
느타리 유생이 보인다.
깊은 골에 누가 밭을 일구고 갓을 심어놨다.
일부는 고라니가 뜯어먹고~~~~~~~~
물이 질질 흘러내리고 있는 골~~
저 앞에 커다란 뭉텅이가 낙엽을 뒤집어쓰고 있다.
설마~~~~~~
맞다!!!!!!!!!
개울가 나무 그루터기에 호동이 머리보다 훨~씬 큰 것이 보인다.
에헤라디여~~~~~~~
춤이라도 추고 싶은 마음, 산행해 본 사람은 이 기분 알 거 같다.
한껏 자란 것이 그야말로 깨끗하다.
아름답다.
흔히 나무에 죽~ 느타리가 붙은 것을 느타리아파트라 칭한다.
이 거야말로 호화빌라가 아닌가?
뱜바우가 경주김 씨 왕손이라고 왕관을 주는 거신가??????
이 모양을 모티브로 문양을 만들면 멋진 예술품이 탄생하지 싶다.
한 자리에서 배낭에 가득 차고 넘친다.
'이럴 줄 알았으면 80리터 배낭을 가져오는 건 디~~~~~~'
꺼먹봉다리에 봉다리 봉다리 담아서 배낭에 넣고 넘치는 건 양파망에 넣고~~~~~~~~~~~~
팽이도 나오고 있다.
필이 꽂힌 뱜바우,
배낭 벗어던지고 양파망하나 들고 아래쪽으로 훑어내려갔다.
넉넉히 줄 때 멈춰야 하는 데~~~~~~
욕심에 눈깔이 뒤집힌 뱜바우 제정신이 아니다.
허둥대다 칡덩굴에 발이 걸려 헤까닥! 뒤집어지고~~~~~~~
느타리는 그것으로 끝이다.
한 골에서 느타리 유생이 붙은 참나무를 하나 본 것이 소득이라면 소득이다.
다음 해 산행할 때 코스로 집어넣으면 되지 싶다.
네 시간 산행을 마치고 공장으로 달려가 알량한 배추를 잘라 시골집으로 왔다.
일부는 지하실에 신문지로 감싸서 넣어놓고 나머지는 차에 실었다.
양파가 많이 자랐다.
일요일,
딸 때는 신이 나서 땄는 데 뒤처리가 젤루 하기 싫은 일이지 싶다.
누가 해줄 것도 아니니 뱜바우 몫이다.
커다란 다라이로 한 가득이다.
양은 솥에 넣으니 한가득~~~~
화덕에 불을 붙이고 물을 끓여 데쳐냈다.
팽이는 라면 삶는 냄비에 하나정도 ~~~~~~~
들통에 담아서 집안으로 들여 손질을 했다.
온수기 덕을 본다.
통에 온수를 틀어놓고 버섯을 담고~~~
잡티 분리하고 나무껍질 붙은 것 잘라내고~~~~~~~~~
환장하겠네~~~~~~~
두 시간이 넘게 이 짓을 하려니 허리가 비비 돌아간다.
부엌 개수대 만한 그릇에 가득하다.
지하실에서 20리터 통과 소금을 가져다 염장을 했다.
절반정도 찬다.
일곱 시에 시작한 작업이 아홉 시 반이 넘어서 마무리됐다.
휴~~~~~~~~~~~
선영으로 가서 예초기를 가져왔다.
'한겨울에 무슨 예초기??????
기름통에 들어있는 휘발유를 비워내기 위한 것이다.
기름을 따라서 엔진톱에 넣고 시동을 걸어봤다.
일 년 넘게 쓰지 않은 것이 금방 시동이 걸릴 리 만무하다.
열심히 당김줄을 당겨보고~~~~~~~
얼어려~
당김줄을 당겼다 놓으면 자동으로 줄이 감겨야 하는 데 감기질 않는다.
볼트를 풀어 당김줄 셑트를 열어 봐도 마찬가지다.
하루종일 엔진톱과 씨름하다가 이 번 주말에 수리센터에 맡기기로 하고 ~~~~~~~~~~
예초기 가지고 내려오다 만난 농막사장을 불러 점심 겸 막걸리를 곁들였다.
농막사장이 막걸리와 표고를 가지고 온다.
딴에는 느타리 좀 주려 했더니 더 좋은 표고를 가져오니 주려던 걸 단념했다.
점심 먹고 옥상청소를 했다.
아직도 등 검은 말벌이 죽지 않고 홍시의 단내를 맡고 날아든다.
창고에 두었던 홍시를 담아 아랫집 형수에게 건네고 나머지는 마누라가 같이 일하는 동료들 준다고 가져오랜다.
박스에 담아 차에 싣고 집으로 왔다.
이 번 주말에는 엔진톱 수리해서 죽은 오동나무나 베어서 설통이나 맹글어야겠다.
꿀 떨어지는 뱜바우의 노후를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