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산행기(16-5)
지난주 중에 눈이 많이 내려쌓였다.
도심의 길은 전담제설팀이 있어서 내리는 족족 치우고 제설제 뿌려서 몰랐었는 데 고향에 와보니 실감이 난다.
토요일, 딸내미 랜트해 주고 고향으로 향했다.
잔뜩 흐린 날씨에 금방이라도 눈이 올듯한 날이지만 다행히 눈은 내리지는 않았다.
전 주에 둥굴레 쪄서 널어논 걸 이번에는 덖어냈다.
건듯하면 술만 열씨미 담던 뱜바우, 이런 거 처음이다.
불의 강도를 어찌 조절해야 할 지??????
화덕에 불을 붙였다.
지나간 달력에 불 붙여놓고 그 위에 오동나무 속파 낸 조각을 넣으니 금방 불이 붙는다.
어떤 건 태워먹고 어떤 건 불이 덜 가고~~~~~~~~
다시 이동용 식탁에 널었다.
시간이 어중띠다.
열한 시 가까워서 간단하게 점심하고 연장 챙겨서 공장뚝의 과실나무 전정에 나섰다.
천변의 나무들은 하천 개수공사로 베어질 예정이고 안쪽에 있는 대추나무, 매실나무, 감나무 전지를 했다.
충전한 컷소를 사용해 대추나무 가지를 자르고~~~~~~
배터리용량이 적어서 그런지 두 나무를 채 자르기 전에 방전된다.
실톱을 사용해 나머지를 잘랐다.
매실나무 전정을 하고~~~~~~~~
감나무는 사다리를 놓고 올라가 키가 높이 자란 나무 둥치를 베어냈다.
둑에 키우는 나무니 아래로 널게 낮게 키우질 못하고 웬만큼 감전지기 닿을 수 있을 정도의 키로 줄였다.
해마다 하는 전지에서 나오는 나뭇가지 치우는 일이 부담이다.
예전같이 아궁이에 태워 없앨 수도 없고 뒷마당 한편에 수북하게 쌓아놨다.
마르고 삭아서 제풀에 부피가 줄어들기를 바랄 따름이다.
지자체에서 이렇게 소소하게 나오는 전지부산물을 수거해갔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헛개나무 밑에 지구자가 보인다.
작년 첨으로 열매가 달렸으나 관심 갖지 않다가, 보이니 줍는다.
말려서 차를 끓여 먹어야겠다.
일요일,
집을 나서니 안개가 무지막지하게 끼었다.
'괜히 나온 거 아녀??????'
십여 미터 앞도 보이지 않는 길을 더듬거려 고향으로 향했다.
'바람 한 점 없는 날씨에 안개가 걷힐 기미가 없고, 뭘 하며 놀아야 하나????????'
우리 시골집이 산 밑에 있다.
건물 뒤꼍이 산과 접해 있다.
모과차 한 잔 하고 배낭 메고 시골집 뒷산을 올라 능선을 탔다.
소싯적에는 이 산 저 산이 모두 뱜바우 놀이 터였였다.
올라보니 길도 없어지고 참나무 낙엽만 수북하게 쌓였다.
능선이 다른 능선과 만나기 전 살짝 굴곡이 진 곳에 산소가 보인다.
다가가 보니 95년에 상석과 망두석을 그럴듯하게 해 놨는 데, 언제 벌초를 했는지 봉분과 제절에 나무가 자라고 있다.
상석의 비문에는 통정대부를 했다는 내용이 있지만 불과 30년이 지난 지금의 현실은 그 명성이 어디 갔는지, 그 후손은
뭘 하고 있는지????????
여기 기웃 저기 기웃하면서 능선을 탔다.
벌목한 곳에 다 달았다.
나무를 심었는 데 무슨 나무인지 알 수없다.
형식갖추려 대충심은 표가 난다.
뿌리가 제대로 묻히지도 않았다.
대명골과 너추리를 가르는 능선을 이어가다가 남이면과 문의면을 가르는 주 능선에 접어들었다.
운동화에 아이잰울 장착하고 길을 걸어 나간다.
사람의 발자취는 별반이고 고라니, 멧돼지의 발자국이 무수히 찍혀있다.
짐승들도 멀리 이동할 때는 주능선을 주로 타는 거 같다.
안개에 묻혀 답답하니 시계확보가 안된다.
절치난 운지가 나무그루터기를 장식하고 있다.
시원찮은 하수오 줄기가 두어 개 보이고~~~~~~~
서낭당역할을 했던 느티나무를 지났다.
열한 시가 넘어서야 봉무산 정상에 이르렀다.
팔각정이 보이고 아래층을 비닐로 감싸서 바람막이를 해놨다.
가져온 요깃거리를 꺼내 허기를 달랬다.
되짚어 내려오다 봉무산 기슭에 무리 지어 자란 토복령을 캤다.
지팡이 겸 괭이로 흙을 파내고 나무뿌리는 전지가위로 자르고~~~~~~~~~~
땅심이 깊어서 애를 많이 먹었다.
엉성하니 부피가 많다.
택배봉지에 가득하다.
절반정도 캐고 흙팠던 곳 돼메우기 하고 낙엽으로 덥어 놓으니 감쪽같다.
어렷 을 때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은 느티나무 앞에 왔다.
전에는 누가 치성을 드리는지 시멘트로 단을 쌓고 촛불흔적도 있고 왼쪽으로 꼰 새끼줄에 붉은 고추와 숯이 끼워져 있었는 데 모두 걷어낸 모습이 보기 좋다.
전전 주에 장비로 파헤치던 골로 내려섰다.
바닥에 흙이 쏟아지지 말라고 차광막을 덮어놨다.
양봉하는 동생이 차를 돌리려고 올라왔다.
"어디 갔다와유 형님!"
"응 봉무산에 갔다 오는 중이여~~~~~"
"하여간 대단해유~~~~~"
아침 여덟 시 반쯤 출발한 산행이 한 시 반이 넘었다.
피로가 몰려온다.
얼른 라면 끓여 먹고~~~~~~~~~~~
토요일 전지한 과실나무에 약을 뿌렸다.
잘라낸 상처를 보호하고 살충살균을 한단다.
아버지의 유산인 분부기가 아직도 작동이 된다.
40여 년이 넘었지 싶다.
공장둑나무,선영의 감나무,시골집 감나무, 다래나무에 약을 쳤다.
네 시간이 넘는 산행에 피곤하다.
더 있다가는 운전에 지장이 있지 싶다.
토복령 꺼내놓고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이 번 주말은 어떤 사연이 이 어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