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산행기(16-13)
한식일을 하루 지나서 한식제례를 올렸다.
토요일, 공장부터 찾았다.
완두콩이 가뭄을 이기고 드문드문 얼굴을 내밀고 있다.
현관 계단 옆의 금낭화도 붉은 주머니를 살포시 보여준다.
선영으로 향했다.
고모님 산소가에 고사리가 보인다.
이제나 저제나 하던 동백이 화사한 꽃을 일제히 터뜨려 존재감을 나타낸다.
아름답다.
선영의 산 중에 유독 이곳에만 동백이 자랄 수 있고 그 위의 터에는 심어봤지만 죽었었다.
명당이다.
쌀쌀한 날씨에도 벌들이 드나든다.
가져온 페인트붓으로 빈 설통을 청소했다.
거미줄과 나나니벌집을 부숴내고 바닥에 쌓인 잔재물을 말끔하게 쓸어냈다.
촘촘히 놓여있는 벌통 하나를 좀 더 거리를 두고 터를 닦아서 샡팅했다.
어디서 봤는 데 분봉한 벌들이 가까운 데로 가지 않고 최소 5미터 이상 떨어진 곳으로 이사를 간다고 해서 이리했다.
가져간 꿀 짜고 남은 무거리를 녹였다.
냄비에 넣고 직화로 데우니 탄내가 난다.
큰 냄비 가져다 물을 데워 녹이려니 이것도 쉽지 않다.
전부 녹지는 않고 숟갈로 눌렀을 때 진득한 꿀이 고이는 수준이다.
예상하기로는 촛농처럼 묽게 녹을 줄 알았는 데 착각인 지 방법이 틀린 건 지 촛짜는 알 수 없다.
빈통을 뉘어놓고 안에 홈이 파인 곳에 뭉텡이로 갖다 붙이고 맨질한 곳은 무거리를 문질러 나무통에 스며들게 했다.
열한 시가 넘으니 비가 오기 사작한다.
얼마만의 비인 지 무척 반갑다.
형은 집 앞 밭에서 우산을 쓰고 괭이질에 여념이 없고 나두 가져다 논 강낭콩을 남새밭에 심었다.
시골집 방 안에서 비가 오는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다 집으로 향했다.
일요일, 일찌감치 고향으로 향했다.
집에서 가져간 댑싸리씨앗과 유채꽃씨를 심었다.
댑싸리가 자라는 추억의 고향집 풍경을 소환하기 위함이다.
미니 연못 가로 옮긴 앵초가 자그만 꽃봉오리를 키우고 있다.
매 주말 한 개씩 옮긴 술병이 옥상 올라가는 계단에 자리를 잡았다.
모두 68호 병, 나름 대작들이다.
바위에 매달려 돌을 쪼아가며 실오라기처럼 가는 뿌리까지 온전히 거둬온 추억의 작품이라 더욱 애착이 간다.
한식행사 마치고 심으려던 옥수수를 심으러 공장으로 갔다.
호미로 땅을 파고 두 알씩 넣고 흙으로 덮었다.
간 김에 양파밭과 감자밭에 풀을 뽑았다.
감자싹 하나가 얼굴을 내민다.
인천동생은 시험을 본다고 못 오고 대전 큰 동생은 허리가 아파서 못 왔다.
그런 중에 형의 외동딸 식구들이 모두 참석해서 왁자지껄 자리를 빛냈다.
노인들만의 행사에 혈기왕성한 아이들이 더하니 생기가 넘친다.
대전막내동생이 유사인 데 음식을 푸짐하게 장만해서 상석에 가득하다.
강신하고 첫 잔을 올리고 형이 요즘의 세상 돌아가는 모양을 걱정하는 문구가 더해진 축문을 낭독했다.
모두 고개를 숙여 읍을 하는 가운데 격한 어조의 축문이 온산을 메아리친다.
마침 올라온 이웃 농막사장 네 내외를 불러서 음복을 같이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육개장에 밥을 말아 점심을 하고 제기 닦아서 부모님 산소 상석에 널어놓고 하나 둘 자리를 떴다.
뱜바우와 증평동생이 남아서 제기 마르면 거둬 보관하기로 하고 ~~~~~~~~
둘이 고사리 정찰산행에 나섰다.
건너편 산소에 올라보니 전날 멧돼지가 제절을 분탕질해 놨다.
비가 와서 축축한 땅을 마구 헤쳐놨다.
없을 거 같던 고사리가 보이기 시작한다.
크기는 적어도 아주 이쁘다.
고개 한 번 숙이니 이만큼~~~~~~~~~
동생이 엄나무순이 났는지 가보자고 해서 능선에 올랐다.
아직이다.
내려오 가다 저수지와 고향동네가 보이는 곳에서 사진을 찍었다.
기온이 올라가니 벌들이 마구마구 춤을 춘다.
동생에게 새로 산 차를 보여줬다.
증평동생 보내고 집에 가려는 데 우리 집 두 여자가 집에서 출발한단다.
마누라가 시간이 안되니 오전에는 못 오고 이제 행차를 하신단다.
마당가에 머위 뜯고 달래 캐고 부추를 곁들였다.
개울로 내려가 미나리까지 잘라오니 종합셑트다.
토요일도 그렇고 이 날도 조상들 뵈러 산에 오르는 산객을 한 명도 못 봤다.
일 년에 한 번, 선영의 미비한 곳 손보고 겨우내 이상이 없는지 살피는 미풍이 사라지는 것 같아 못내 아쉬운
한식절이었다.
대전 큰 동생 허리가 얼른 나아서 마라톤 하고 롤라스케이트 즐기는 본연의 모습을 되찾았으면 좋겠다.
나물철이 됐으니 이 번달은 내내 바쁘지 싶다.
시간을 제대로 낼 수 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