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산에 가려 했더니 비가 온다.
'산에 가기는 글렀내벼~~~~~~~~~`
그렇다고 집에서 침대 괴롭히기하는 것은 뱜바우 성질에 안 맞다.
고향으로 갔다.
이리저리 둘러보는 데 ~~~~~~`
비가 그친다.
산으로 가야겠다.
마트에서 점심 할 빵을 사는 데~~~~~``
'산에 갈라 구유~~~~~"이랬더니
"산에 버섯 안 난다네 유~~~~~"
"바람이나 쐬고 오지유 머~~~~"
산 초입 풀에 물방울리 맺혔다.

쑥부쟁이가 꽃을 피우고 구절초도 활짝 펴서 뱜바우를 맞고 있다.

'산신령님, 명절이라 한식을 많이 드셨지 유?
뱜바우가 양식으로 준비했어유~~~~~~`'
잦은 비에 이제 막 버섯이 돋아나고 있다.
이것은 밀버섯이 아닌가?
작년에 송이 봤던 곳에 도착해 탐색에 나섰다.
마트 주인 말대로 감감하다.
솔잎을 들추면 허옇게 포자가 피어야 하는 데 아무런 기미가 없다.
그래도 산을 넘어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가기는 그렇다.
여기저기 둘러봤다.
'너무 과습 하니 습이 덜한 돌이 처마를 이룬 곳을 유심히 봤다.

그렇지!
돌 밑에 불쑥 머리를 내민 것이 보인다.

엔도르핀이 마구 솟구친다.
잘생긴 송이가 올라왔다.
열심히 탐색을 했지만 이것이 전부다.

산짐승이 다니는 길 아래 시커먼 것이 눈에 들어온다.
'저 거시~~~~'
맞다, 능이 노균이다.
전 주에도 왔었는데 이것이 왜 안 보였을까?

힘을 내서 탐색을 했다.
'노균이 있으면 분명 성한 것도 있을 거야~~~~`
예상은 적중했다.
한 개 보인다.

이 것은 무슨 버섯의 유생인가?
질문해보니 능이유생은 아니란다.
그런데 이 것이 나는 곳과 능이가 나는 곳이 환경이 유사한 것 같다.
이 것이 있는 곳에 능이가 나는 것을 보면~~````
봉다리 찾아서 넣으며 위를 보니 능이가 한 무더기 죽은 나뭇가지에 쌓인 낙엽 속에 보인다.
'야호!!'

초짜인 뱜바우, 능이 무더기는 첨 본다.

한 송이가 뱜바우 얼굴보다 크다.

필받은 뱜바우, 열씨미 탐색했지만 유생 하나 더 발견하고 끝이다.
나뭇가지 꺾어서 위장을 하고 자리를 떴다.

계속 탐색을 하니 가지 버섯이 올라오고 있다.
큼직한 밀버섯도 보인다.
긴긴 여름 줄기차게 내리던 비에도 안 보이더니 가을이 다 가려 할 쯤에 버섯들이 올라오고 있다.
벌써 한 시가 넘어가고 있다.
산을 넘어 시작점으로 향했다.지름길로 가려 풀숲으로 들어섰다가 한길 넘게 자란 풀숲에서 애를 많이 먹었다.

산림도로에 큰갓버섯이 돋아나고 있다.
고속도로를 탔다가 차가 밀려 애를 먹고 국도로 나와서도 마찬가지다.
올해는 송이,능이 포기했었는데 이렇게 볼 수 있어서 여간 기쁜 게 아니다.
전문 꾼들이야 그까이꺼 하겠지만 취미로 하는 뱜바우야 이것만으로도 족하다.
기대를 안하고 있는 두여자 시큰둥하다.

일요일엔 고향으로 가서 밤 줍기를 했다.
밤나무 조성하고 타산이 안 맞아 포기한 곳으로 갔다.
바람에 찬 기운이 느껴진다.
올가을도 이렇게 마무리되나 보다.
고향 산은 뱜바우 손바닥처럼 빤하니 어딜 가면 늦밤이 있는지 알 수 있다.
아직도 툭툭 알밤이 떨어지고 있다.
작은 토종밤부터 줍고 ~~~`````

실한 밤도 주우니 배낭에 한가득이다.
더 주웠다가는 지고 산을 넘을 수 없겠다.

점심먹고 작년 11월 시젯날 담은 감식초를 걸렀다.
홍시가된 감위에 허연 초막이 두껍게 붙어있다.

지하 발효실 선반에 올려 2차 발효에 들어갔다.
배낭 가득 밤을 지고 집에 들어서니 마누라가 반갑게 맞는다.
"그게 다 밤이여????"
저녁에는 소고기에 송이와 능이, 거기에 도라지주를 곁들여 한 잔했다.
'카아!! 이 맛이지~~~~`
올가을에도 송이, 능이 보고 밤도 넉넉하게 주워다 마누라에게 진상했으니 내 할 일은 다한 거 겉다.
앞으로는 산행물에 연연하지 않고 마음 가는 대로 여유롭게 산을 올라야겠다.
'산행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보산행기(14-23) (0) | 2023.10.24 |
---|---|
바보산행기(14-22) (0) | 2023.10.09 |
바보산행기(14-20) (0) | 2023.09.25 |
바보산행기(14-19) (0) | 2023.09.18 |
바보산행기(14-18) (0) | 2023.09.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