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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은 빗소리처럼

by 뱜바우 2023. 4. 5.

                                                                                                                                          뱜바우(김 세종)

 

종일 비가 내리는 오후

 

비가 내리면 아련히 지나간 추억이 되살아난다.

몸의 리듬도 한풀 가라앉고 책상에 턱을 괴고 멍하니 유리창을 응시하노라면,나는 옛날 그 시절로 슬며시 시공간의 이동 한다.

 

초가집 추녀끝의 낙수물소리는 귓전에 조용히 리듬을 타고,~~~~

귀기울이면~~~~

문 앞 개울에 "돌돌돌" 물흐르는 소리 나즈막히 들리고, 비 맞은 장끼는 한기를 느끼는 지 껑껑" 울어 댄다.

황소는 비좁은 외양간이 싫증이 나는 지 연신 머리를 내두르며 "움메움메" 울음을 울고 저 멀리 논에선 반가운 비에 "맹꽁맹꽁" 맹꽁이 타령이 처량하다.

 

들로 나가시지 못하신 아버지는 툇마루에 목침을 높이 괴고 드르렁드르렁 낮잠에 빠지시고, 한켠에 어머니는 우리들의 헌 옷을 꿰메시느라 졸리운 눈을 비벼가며 한땀한땀 손을 놀리시다 바늘에 손끝을 찔리곤 화들짝 놀라시며 다시 자세를 고쳐앉곤 하신다.

 

고즈녘한 한나절이 기울면 우리 남매들은 좀이 쑤셔 서로 눈을 맞추고 약속이나 한 듯 개울가로 우르르 달려 나간다.

비는 추적추적 계속오고~~~`

아이들 머리위에는 호박잎,토란잎우산이 신이 난 아이들이 이리저리 움직일 때마다 너울너울 춤사위가 흥겹다.

개울물은 제법 불어 넘실넘실 장단이 흥겹고~~`

아이들은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능숙한 솜씨로 손을 놀린다.

도둑놈지팡이풀(망초)을 꺾어 철사에 열십(十)자로 꿔어 물레를 만들고 돌을 죽 늘어놓아 물을 한 쪽으로 끌어온다.

y자로 벌어진 나뭇가지를 두개를 꺾어 기둥을 박고 물레를 얹으면 제법 멋있는 물레방아 만들어 진다.

물레방아가 빙글빙글 돌아갈 때 마다 진주알처럼 맑은 물방울이 연달아 튀어 오르는 모습에 스스로 대견한 지 서로를 쳐다보며 씩~ 멋적은 미소를 짓는다.

'참 신기하기도 하다.

누런 흙탕물에서 올라오는 물방울은 왜 그리도 맑고 눈부신지........'

한 쪽에선 얕은 물가로 올라오는 미꾸리를 잡느라 옷이 젖는 줄도 모르고 아이들은 이리저리 뛰면서 야단을 떤다.

 

간만의 낮잠에 한결 몸이 가벼워진 아버지는 베잠벵이밑단을 접어 올리시고 머리에는 밀집모자, 도롱이를 등에 걸치고 삽 한 자루 어깨에 메고 논에 물을 보러 나가신다.

비는 그치고 하늘에 햇살이 사선을 그으며 비죽이 얼굴을 내밀면 동쪽 하늘에 무지개가 포물선을 그리며 산꼭대기와 꼭대기를 연결한다.

아이들은 신기한 듯 하늘을 보며 해맑은 웃음을 짓는다.

해는 서산마루에 걸치고 온 동네는 저녘밥 짓는 연기가 안개처럼 낮게 드리우면 강아지가 "컹컹" 짓으며 비가 그침을 반기는 듯 연신 꼬리를 내젔는다.

 

고무신에 가득 미꾸리를 잡아서 집으로 향하는 아이들의 파르스름한 입술과 후줄근히 젖어 늘어진 옷가지~~~~~~~

 

어머니에게 꾸중을 들을 것을 예견이나 하는 듯, 슬금슬금 게걸음을 걷는다."

 

우리 그 먼 나라를 아십니까?

그 곳이 바로, 이제는 갈 수 없는 아련한 고향나라가 아닐런지요?

 

비가 내리고 나면 자연은 또 다른 계절을 축복하겠지요.

-

@.비가 오는 서정을 몇 자 적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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