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초가 약속된 주말이다.
시골집에 상사화가 곱게 피었다.
전 주에 심은 무우가 절반도 안났다.
조루로 물을 주고 친구가 가져다 논 톱밥을 뿌렸다.
소나무,낙엽송 등의 톱밥에는 특유의 피톤치드성분이 있으니 해충의 접근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지 않을까,시험삼아 뿌려보는 것이다.
아랫 쪽 밭은 경작을 포기했는 지 풀만 무성하니 벌레가 침입하기 좋은 조건으로 조심해야겠다.
작년에 배추는 벌레 때문에 한 개도 먹지 못하기도 했으니~~~~~~~~~
공장건물 뒷마당가에 배추묘를 사다 심었다.
물주고 살충제 분무기로 뿌리고 다시 토양살충제 뿌리고 톱밥을 뿌렸다.
예초기 돌려서 양파심었던 곳에 풀을 쳐 내고 길 양옆으로도 깎았다.
개울로 내려가는 계단 주변도 깎았다.
길에 흩어진 풀부스러기를 대비로 쓸어냈다.
연장챙겨서 시골집에 오니 벌써 열한 시가 넘었다.
한우사장이 내 차를 보고 온다.
라면을 안주삼아 차례주를 곁들이고 농막사장 불러내려 백초주를 더했다.
목공하는 친구가 들러 합석을 했다.
세상 참 좁다.
친구의 처남이 한우사장과 친구랜다.
한우사장이 취기가 돌아 눈이 감기려할 때 서둘러 자리를 정리하고 집으로 향했다.
내일이 선영벌초니 인천동생이 청주에 도착해서 뭘 준비해야 하는 지 전화가 온다.
장을 봐서 시골집에서 자고 벌초를 하기위함이다.
일요일 ,벌초를 하러 나섰다.
시골집에도착하니 인천동생 부자가 아침을 하고있다.
이어서 형이 도착하고~~
먹거리 아이스박스에 넣어 형차에 실었다.
선영에 도착하자마자 인천동생과 난 예초기 돌리고 형은 향나무 전지를 하고 인천 조카는 갈퀴질로 각자의 임무 분담했다.
한 참을 예초기 돌리고 있으니 대전 회장님고 동생들이 올라온다.
대전막내에게 예초기를 인계하고 조카와 같이 전 주에 깎아논 풀을 리어카에 담아서 감나무 밑에 쌓았다.
벌써 출출하니 형제들 불러 족발과 오이를 안주로 막걸리는 나누고~~~~~~~~~~~
두 동생 예초기질이 서툴다.
옛말에 '처삼촌 묘 벌초하듯 한다.' 그 말이 딱 맞다.
대전 동생이 예초기질 머뭇거리는 걸 다시 내가 예초기를 돌렸다.
농막 집안의 형제들도 우르르 몰려와 벌초를 한다.
여기는 완전 세대교체에 성공했다.
대다수가 3,40대의 젊은 혈기로 무장했다.
우리는 아랫대가 인천 조카 한 명이다.
"저 집안좀 봐~ 완전 세대교체 했잖여~~~~~~~~"
어허 ! 우리 형제들은 안하무인다.
이 정도도 잘하는 것이고 이보다 못한 집안도 많다나 뭐래나~~~~~~~~~
어찌나 당당한 지 말 꺼냈다가 내가 무안할 판이다.
동생들이 깎은 곳 다시 한번 다듬고 작업을 마쳤다.
그런 중에 종중이 주최하는 해외여행 안건이 나왔다.
이런!!
"가는 거 조은 디 개인 부담으로 가자구~~~~~~"
기금 얼마 안 되는 거 못써서 안달이니 참 어이없다.
벌초는 한 나절 내에 끝났다.
간간이 구름도 오가고 습도가 없으니 나름 벌초하기 좋은 날씨였다.
이 산 저 산 예초기소리 요란하다.
모두 떠나보내고 술 깰 겸 시골집에 남았다.
외형상으로 무탈하게 끝난 벌초의 뒤가 개운치 않은 하루였다.
그동안 나름 많은 공을 들여왔는 데~~~~~~~~~~
앞날을 기약할 수 없으니~~~~~~~~~~~
'이를 어찌할 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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