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갈수록 새로운 것보다 옛 것이 생각나고 그리워진다.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이 망설여지는 것이지 싶다.
지난 토요일, 안방에 걸어뒀던 달리기 완주메달을 거둬서 배낭에 넣고 고향으로 갔다.
밤새 눈이 오다 비가 오다 하는 날씨였다.
농막사장이 사서 갖다논 엔진톱 리코일스타터가 현관에 놓여있다.
"고장 난 벽시계는 멈추었는 데 저 세월은~~~~~~~~~~"
사무실에서 쓰다 고장 나 구석에 처박아 놨던 벽시계를 얼마 전에 갖다 놨었다.
날은 춥고 눈이 오락가락하고~~~~~~~~~~
혼자 놀기 달인, 뱜바우가 이 걸 가지고 놀기 시작했다.
시계를 열어서 바늘을 제거했다.
가져온 완주메달의 리본을 분리해서 일정한 간격으로 늘어놓고 철판피스로 고정했다.
벽에 걸어봤다.
그럴듯하다.
리본이 수북하다.
밖으로 나가서 눈을 치웠다.
진눈깨비로 내려 땅에 얼어붙었다.
대비로는 쓸리지 않는다.
옥상에 있는 눈삽을 가져다 득득 긁어가면서 치웠다.
노인회관으로 가던 동네형수가 보더니
"이따가 팥죽 먹으러 와~~~~~"
"예~예~~~"
동짓날이다.
집안으로 들어와서 리본을 가지고 놀았다.
메달을 붙인 벽시계 위치를 옮기고 그 아래에 리본을 가지런히 걸었다.
봐줄 만하다.
엔진톱 가져다 놓고 리코일스타터를 교체했다.
거창한 기술이 필요한 건 아닌 데, 볼트 하나가 돌아가지 않는다.
'안 되면 부셔야지~~~~~'
교체를 하고 시동을 걸어보니 잘 걸린다.
'점심때 팥죽을 먹으러 오랬는 데~~~~~'
빈손으로 가기는 왠지??? 그렇다.
'공짜점심을 먹어야 하나??
공짜가 어딨나?'
반찬통에 염장한 느타리를 가득 담았다.
2킬로 정도 되지 싶다.
"뭘 갖고 오구 그랴~~~~~~~~~~~~~"
안 쪽 방에는 여자들이 두레반에 둘러앉아 팥죽을 먹고 있고 큰 방에는 남자들 서너 명이 식탁에서 먹고 있다.
"팥죽 얻어먹으러 왔어유~~~~~~~~~~"
"응~~~얼릉 와~~~~"
"눈을 나리고 당나귀는 힝힝 운다.'
백석의 시처럼~~~~~~
'뱜바우도 눈나리는 길을 떠나야 하지 않겠나????'
당나귀 대신 아이젠을 타고 눈나리는 길을 걸어 나갔다.
저수지 우측으로난 길을 돌았다.
이정표가 물탱크에 붙어있는 데~~~~
절의 명칭이 바꿔었다.
전에는 연0사라 했던 거 같은 데~~~~~~~~~
눈은 나리고,아무도 밟지 않은 길을 뽀득뽀득 소리를 내며 걸어 올라간다.
선듯선듯 볼을 스치는 눈발이 시원하다.
절 뒤로 난 길을 돌아 양달 쪽으로 언덕을 올라 좌로 돌았다.
선영으로 내려섰다.
재작년 겨울, 가까운 소나무 밑으로 자리를 옮긴 고모님 산소 제절 가 동백나무에 꽃몽우리가 많이 맺혔다.
집에 와 이 번에는 돌을 가지고 놀았다.
장식장 돌에 물을 뿌려서 변화를 살폈다.
산과 호수가 어우러진 산수경석이 보기 좋다.
바람에 펄럭이는 돛대를 닮은 물형석도 괜찮아보인다.
물형석은 물형석인 데~~~~~~~~~
'어려서는 네발로 걷고 젊어서는 두발로 걷고 늙어서는 세발로 걷는 동물이 무엇이냐???'
스핑크스를 닮은 돌이 인상적이다.
첩첩 산 중, 고승이 가부좌를 하고 생각에 잠겨있다.
산할아버지 구름모자 썼네~~~~~
미륵사의 무너진 석탑을 닮은~~~~~~~~~
저녁 모임을 위해 일찌감치 집으로 향했다.
일요일,
시골집에서 빈둥거리다 농자재마트 여는 걸 확인하고 산소에 뿌릴 제초제 입제를 세 포 샀다.
제초제와 섞을 모래를 그늘막 아래서 퍼 담아 지게에 지고 선영으로 향했다.
가는 길이 얼었으니 간만에 지게를 지고 올라가 본다.
저수지가 얼기 시작했다.
작은 통에 모래 넣고 제초제 넣어 섞어서 뿌렸다.
눈이 살짝 쌓였으니 약이 녹아서 골고루 퍼지지 싶다.
천막아래 보관하던 쓰레기봉투와 팻트병 봉지를 지게에 싣고 ~~~~~~
뱜바우가 친구들과 마신 술병도 거름포대에 담아 지고 내려왔다.
점심 먹고 남새밭 한가운 데 있는 단감나무를 베었다.
"마누라가 젤루 좋아하는 나문디 괜찮을라나 몰러~~~~~'
하지만 자그만 밭을 전부 그늘 들게 하니 어쩔 수 없다.
둬 쪽에 작은 나무 한 그루 있으니 이 게 자라면 감을 딸 수 있을 거 같기도 하다.
그라인더에 장착한 전기톱으로 잘랐다.
사다리 놓고 올라가 가지부터 자르고~~~~~~~~
동네 형님이 노인정 가다가 한마디 하신다.
"날이 이렇게 춘 디 일을 햐????"
"출 때 일해야 안춥 지유~~~~~~~"
굵은 가지는 화덕 크기에 맞게 잘라서 수레에 실어 헛간으로 들였다.
세 수레가 나온다.
잔가지는 헛간 담에다 올려 쌓았다.
마르거든 정리해야겠다.
한 전에 신청해서 전 주에 남새밭 중간에 있던 전주를 아랫집터와 경계점에 옮겼다.
이 통신 전주도 옮겨달라 해야겠다.
대개 전주는 이웃과 경계에 설치하는 데 언제 설치했는지 주인의 동의도 없이 설치해서 눈에 거슬리고 차가 후진하다가
뒷 범퍼를 찧기 일쑤 이기도 하다.
고장 난 벽시계 부품을 조립해서 식탁에 놓아두고 봤더니 역시 시간이 안 맞다.
추운 날 등짝에 땀씩이나 빼면서 나무를 베다 보니 시간이 많이 갔다.
서둘러 정리하고 집으로 향했다.
고장 난 벽시계처럼 세월도 고장이 좀 났으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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